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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려면, 일단 생각하라 단상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알라딘)

서평을 위한 독서는 기본적으로 정독입니다. 정밀하게 읽고 깊이 있게 파고들어, 한 번을 읽더라도 제대로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반복하여 읽어야 합니다. 책의 내용이 깊거나 어렵다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슬로 푸드가 우리 건강에 유익하고, 슬로 라이프가 우리가 꿈꾸는 삶이라면, 슬로 리딩은 우리 영혼을 위한 독서입니다. 동시에 좋은 리뷰의 전제이기도 하지요.

훌륭한 저작은 성실한 독자의 머릿속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넘실대게 만듭니다. 저자의 최선이 담긴 작품은 독자의 지적이고 정서적인 최선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최선은 느리고 세밀한 독서에서 시작됩니다. 섬세하고 차분하게 독서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생각의 편린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촉발된 사유는 그 순간에 곧바로 붙들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휘발되고 맙니다. 따라서 메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러므로 독서 전에 메모하기 위한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방법은 아무려나 상관없습니다. 책에다 바로 적든, 포스트잇에 끼적여서 책에 붙여 두든, 공책에다 정갈하게 작성하든, 컴퓨터로 문서를 만들어 두든 상관없습니다.

메모의 대상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독서하는 책의 문장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는 문장을 발췌합니다. 물론 굳이 발췌하여 적는 대신에 밑줄을 긋거나 특정한 기호로 표시하거나 해당 지면의 귀퉁이를 접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빌린 책에 그렇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내 돈을 주고 샀거나 남의 호의로 받아 나의 소유가 된 책에 대해서만 그렇게 해야겠지요.

다음으로 책을 읽고 생각나는 바를 적습니다. 발췌한 문장이 촉발한 나의 사유를 기록하는 겁니다. 여러 편의 단상이 쌓이면 자연스레 한 편의 리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독서의 자극을 통해서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말고 곧장 기록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서평은 이 단상을 논리적으로 배열한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어떤 독자가 이원석 씨의 책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관련 정보) 표제만 보고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실용서라고 여긴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인용한 토막에서 드러나듯이 글쓴이가 서평 쓰는 법을 설명하기는 하는데, 예문을 통하여 서평 작성법을 자세히 가르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라거나 모든 단어와 표현과 사상과 논지를 독자가 알아듣도록 전개하라는 등 원칙에 가까운 주장이 나옵니다. 글쓴이는 여러 책에서 발췌한 글을 책 속에서 자주 인용해서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습니다만, 정작 글쓴이가 직접 쓴 서평이 예시로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글쓴이가 서평가임을 자처하고,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을 만큼 많은 사람이 높이 평가하는 책을 썼음을 떠올린다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원석 씨가 강조하는 점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서 마구잡이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새겨들어도 좋을 만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겠지요. 원칙이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 나름대로 그럴 될 법한 까닭이 있기 마련입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서 좋은 글을 쓰기란 어렵지 않을까요? 또한, 『서평 쓰는 법』에는 읽는 이로 하여금 서평이란 무엇인지 사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기에 읽을 만한 값어치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글쓴이가 정의하는 서평 개념이 주관적이라서 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적잖으리라고 봅니다.

hansang님이 지적하였듯이 실제 상황에 적용할 만한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나루케 마코토[成毛眞] 씨가 쓴 『책장의 정석 - 어느 지식인의 책장 정리론』이라는 책이 좀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관련 글).

덧글

  • 解明 2019/12/10 23:25 # 답글

    이 글은 서평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라지만, 책 소개라고 하기에는 평가 요소가 안 들어가지 않았으므로(그리고 인용을 길게 하였고) 카테고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독서'가 아니라 '단상'으로 올렸습니다.
  • hansang 2019/12/11 08:54 # 답글

    솔직히 제목은 거의 사기 수준입니다. ㅎㅎㅎㅎ
  • 解明 2019/12/11 22:31 #

    차라리 '서평이란 무엇인가' 같은 제목이 책 성격에 어울리는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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