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明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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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읽는다 단상

책 읽기와 노트북으로 글쓰기(세계일보)

슬로 리딩의 유효한 기술 중 하나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것을 상정하고 읽는 방법이 있다. 읽은 후에 누군가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책을 읽으면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읽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이해력도 높아진다.

사람들은 의외로 현재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어렴풋하게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꼼꼼하게 슬로 리딩했다고 생각해도 책을 덮으면 어라, 무슨 내용이 있었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읽은 후에 친한 친구나 애인, 부모, 상사나 부하, 혹은 어딘가에서 처음 소개받는 사람에게 그 내용을 설명한다고 늘 상상하면서 읽으면, 어느 부분이 설명이 잘 안 되는지(=어느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 명확해진다. 그런 후에 그곳을 집중적으로 슬로 리딩하면, 막연히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에 독서 감상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막상 쓰려고 하면 반드시 막히는 부분이 나온다. 그곳을 메우면 내용의 전체적인 상(像)이 확실하게 정착된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그 책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쓰려고 하다보면, 먼저 자신이 확실하게 이해해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재미있었다'든가 '별로였다'라고만 쓴다면 모처럼의 독서체험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이를 응용해서, 읽은 내용을 외국인에게 외국어로 설명하는 장면을 상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어학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 영어나 프랑스어는 일본어보다 논리가 분명한 언어이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나는 실제로 외국인과 영어나 프랑스어로 문학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왜 그렇죠?'라며 애매한 부분을 파고드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린 경우가 몇 번이나 있다. 게다가 일본인끼리라면, 아, 그런 느낌 말이지, 하며 이해해줄 만한 이야기도 외국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것을 설명하는 것은 새삼 일본인으로서 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해줄 것이다.

업무상 해외에 갈 기회가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외국인은 상대방의 교양 정도를 매우 중시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은 첫대면인 우리가 사회의 어떤 클래스에 속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화가 모든 것이 된다. 그리고 지적으로 세련된 사람일수록 식사 자리에서는 심각한 업무 이야기나 정치, 종교, 어린이 교육문제처럼 언쟁의 화근이 되는 화제는 피하고, 소설이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무엇이든 괜찮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짤막하게 내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상대의 신뢰감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제1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런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의 『책을 읽는 방법』에서

몇 년 동안 한 해에 서른 편 안팎의 서평을 썼습니다. 저를 역사 밸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블로거라고 여기시는 분이 많지만, 저는 도서 밸리를 제가 누비는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책을 훌륭한 서평으로 잘 소개하였으면 좋겠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반성하는 뜻에서 인용문 내용을 마음에 되새기고자 옮겨 적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무엇보다 제대로 읽어야겠지요. 앞으로 열심히 읽고 쓰도록 애쓰겠습니다.

덧글

  • 진냥 2018/10/31 11:40 # 답글

    맹렬하게 읽어제끼고 있지만 인용하신 글의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은 교양은 쌓지 않은 기분이...!!!
    제 독서는 너무나 편향되어 있기에.... 일본인과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다 한들 저의 헤이안 덕질은 함께 할 수 없을 듯해요!!ㅠㅠ
  • 解明 2018/11/02 21:18 #

    누구나 독서는 편향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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