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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가 '야키니쿠'에서 온 게 아니면 어때? 언어

'불고기'가 '야키니쿠'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황교익 씨의 모습(경향신문)

황씨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한국어에서의 음식명 짓기의 원칙은 '재료+조리법'"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떡+볶이, 제육+볶음, 감자+튀김 등… 이는 '목적어+동사'로 문장을 만드는 알타이어계의 언어구조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불고기'는 이런 한국어 언어구조에서 벗어난다. 불(조리법)+고기(재료)다. 물론 찜닭이나 볶음밥 등 '조리법+재료'으로 조어된 합성어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이며, 변칙의 예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 주장에 대해 《한국어 어원 사전》(2012)을 쓴 김무림 강릉원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아주 엉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불고기'에서 '불'은 조리법 자체가 아니라 '조리에 쓰이는 재료'라고 봐야한다. '불고기'에 '굽다' 등 동사가 아닌 명사 '불'이 쓰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예로 든 것은 '물회'다. '물'과 '회'의 합성어인 이 단어에서 '물' 자체는 '물로 씻었다' 등 조리 방식이 아니라 '물을 재료 삼아 조리했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양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매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 역시 "불고기의 '불'은 '불을 사용하는 (조리)방식'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흔히 먹는 '간장게장', '만두전골'에서 사용된 '간장', '만두'는 '간장을 사용해 조리하는 방식' 혹은 '만두를 사용해 조리하는 방식'같이 '특정 재료를 사용한 조리 방식'을 단어 구성에 사용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불고기'가 '간장게장'이나 '만두전골'과 다른 조어방식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무림 교수와 김양진 교수 모두 '불고기'의 '불'은 '조리법에 불이 쓰인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이런 조어 방식은 한국어에서 흔하게 발견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 「황교익이 불지른 '불고기' 어원 논쟁···학자들 "'야키니쿠'설은 엉터리"」에서

황교익 씨가 나오는 방송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분의 언행이 논란이 될 때도 관심이 없었는데, '불고기' 어원 논쟁에서 황 씨가 보여 주는 태도는 황당할 뿐입니다. 물론 황 씨가 주장하는 대로 '불고기'가 일본어 '야키니쿠[焼肉]'의 번역어일 수도 있습니다만(어원론이라는 게 정답이 확실한 경우가 드무니까요), 적어도 그가 제시한 논거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언젠가 "불고기가 우리 거 아니면 어때?"라고 말한 황 씨의 표현을 빌려서 그분에게 "'불고기'가 '야키니쿠'에서 온 게 아니면 어떻습니까?"라고 되묻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게 이렇게 난리를 칠 문제인가요?

그런데도 원로 국어학자인 이기문 선생을 가리켜 '아무 말 대잔치'라고 조롱하면서 무턱대고 비난하고, 국어학자들의 반박에 '이미 검토되고 버린 것'이라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을 보면 이분의 머릿속에서 '불고기'는 '야키니쿠'에서 온 말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쐐기처럼 박힌 모양입니다. '우랄·알타이 어족' 같이 철 지난 용어를 쓸 만큼 언어학이나 국어학 지식이 얕은 이가 날뛰는 것을 보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자신의 글에 대해 확실하지 않더라도 '나름의 신뢰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반박하는 이들에게 '기레기', '중등 수준' 등 험한 말로 눌러버리는 황씨의 태도는 또 다른 폭력으로 보인다"라고 한 어느 국어학자의 지적이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합니다.

덧글

  • 해색주 2018/10/13 00:34 # 답글

    황교익씨 자체가 일본과 깊숙이 연결된 집안환경으로 인해서 일본에 대한 깊은 향수와 뿌리깊은 존경이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어릴적 향수가 있는 거라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컴플렉스로 남도 음식에 대한 열등감도 있지요. 그리고 유복한 집안 환경에서 어렸을 때부터 여러 음식을 먹고 사업을 하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음식을 먹어봐서 깊이와 넓이 자체에 대해서 밀리는 백종원씨에 대한 열등감도 상당하지요. 그냥 무시하는게 상책인 사람입니다. 그냥 돈되면 다하는데,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공격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저 사람이 싫어요, 일본식 꼰대 스타일이라서 말이죠.
  • 解明 2018/10/13 10:10 #

    말씀하신 대로 무시하면 좋을 텐데, 언론에 자주 나와서 영향력 커진 사람인 데다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뜬금없이 건드리는 게 버릇처럼 된 사람이라서 무시할 수만도 없네요. 저분을 띄운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ㅇㅇ 2018/10/13 19:01 # 삭제

    자기 블로그에서 거지 운운하는건 누군데 남한테 꼰대 타령이실까
  • 해색주 2018/10/13 20:21 #

    ㅇㅇ//
  • 채널 2nd™ 2018/10/14 10:43 #

    일본식 꼰대 스타일.... 그게 뭔가요..??

  • 화려한불곰 2018/10/13 07:52 # 답글

    자칭 맛칼럼리스트란 사람이 일본은 찬양하는데 중국을 요리로 무시하는 그런 사람 ㅋ
  • 解明 2018/10/13 10:11 #

    중국요리, 이탈리아 요리 의문의 1패…….
  • 아르 2018/10/13 09:14 # 답글

    열도 사람들 본격적으로 고기 먹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동의 할수가 없네요
    방송 본사람들 중 일부는 받아 들일수도 있는 내용인데 김치 같은 이야기 에요
  • 解明 2018/10/13 10:22 #

    저는 식문화의 역사를 깊이 알지 못해서 황교익 씨가 여태껏 펼친 여러 주장을 다 논박할 수 없지만, 언어학에 해박해 보이지 않는 분이 내로라하는 국어학자들 무시하는 꼴을 보니 황당합니다.
  • 아힝흥힝 2018/10/13 11:43 # 답글

    나만 옳고 너네는 다 틀렸어 이런 꼰대 마인드가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떡볶이의 맛 같은 호불호의 범주에 드는 얘기도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인데 너네가 세뇌당해서 맛있다고 착각하는거야 빼애애애애액

    이러면서 온갖 광고는 다 찍는다는게 함정
  • 解明 2018/10/14 12:13 #

    계속 먹게 만드니까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지만, 떡볶이를 리셋하는 광고를 찍으시고, 엔제리너스 커피는 고소한 콩 맛만 나서 별로이지만, 특별하므로 광고를 찍으시며, 나트륨 과다는 라면의 문제점이지만, 안성탕면 광고는 찍습니다. 돈 앞에서는 신념이 꺾이시나 봅니다.
  • 채널 2nd™ 2018/10/14 11:27 # 답글

    "예외"도 있다고 하면서 굳이 -- 또 다른 -- 예외인 불고기에 대해서는 괜시리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다니....

  • 解明 2018/10/14 12:31 #

    '찜닭'과 '볶음밥'은 우리말이 아닌가 봅니다.
  • 9211231823 2018/10/14 19:16 # 답글

    불로 음식 조리하는거 자체가 서양 동양할거없이 퍼져있던거고 무슨 일본에서 건너왔다는건지 최소한 역사서에 기록되있는거라도 근거라고 댔으면 덜 황당했을듯

    그리스 로마 신화에 프로메테우스가 사람들에게 신들몰래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려줘서 신들의 노여움을 사 절벽에 매달려서 매일 독수리한테 간을 산채로 뜯어먹히고 날마다 간이 재생되는 벌을 받았다고하는 전래동화나 불에관한 몇몇 인디언 설화만 봐도 불로 조리해먹는건 언제부터 시작된건지조차 알수없을만큼 오래된건데 기원따질필요도없음
  • 解明 2018/10/14 21:31 #

    일제 강점기를 겪은 이기문 선생이 들은 이야기도 '아무 말 대잔치'라면서 무시하시는 분인데, 황교익 씨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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