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明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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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백한 푸른 점, 지구 단상

태양계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 촬영한 지구의 모습(위키백과)

우리는 이 작은 천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엷은 푸른 색깔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계인 과학자가 우리 태양계 변두리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바다와 구름, 두툼한 대기층의 존재를 자신있게 추정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는 그리 확실치 않다. 예를 들어 해왕성은 푸르지만 그것은 주로 다른 이유들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조망대에서 본다면 지구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는, 또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인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수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의 한 구석의 일시적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 보라. 또 이 점의 어느 한 구석의 주민들이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다른 한 구석의 주민들에게 자행했던 무수한 잔인한 행위들, 그들은 얼마나 빈번하게 오해를 했고, 서로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 미워했던가 생각해 보라.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이 광막한 우주공간 속에서 우리의 미천함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데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올 징조는 하나도 없다.

지구는 현재까지 생물을 품은 유일한 천체로 알려져 있다. 우리 인류가 이주할 곳―――적어도 가까운 장래에―――이라고는 달리 없다. 방문은 가능하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하다. 좋건 나쁘건 현재로서는 지구만이 우리 삶의 터전인 것이다.

천문학은 겸손과 인격수양의 학문이라고 말해져 왔다. 인간이 가진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데 우리의 조그만 천체를 멀리서 찍은 이 사진 이상 가는 것은 없다. 사진은 우리가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한 푸른 점(지구)을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창백한 푸른 점』에서

내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이 글만큼 지구의 날에 어울리는 글이 얼마나 될까요. 칼 세이건 선생의 글은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넓디넓은 우주를 떠도는 티끌처럼 작은 점 위에서 이루어진 인류의 역사를 가만히 되새겨 보게 합니다.

덧글

  • 남중생 2018/04/21 23:32 # 답글

    내일이 지구의 날이군요!
  • 解明 2018/04/21 23:51 #

    그리고 오늘은 과학의 날이랍니다.
  • 남중생 2018/04/22 10:36 #

    과학과 지구, 지구과학.. 모두 소중히 생각해야겠습니다^^
  • 역사관심 2018/04/23 05:54 # 답글

    이제는 이런 관점이 이 글이 쓰여지던 시점보다 훨씬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 필요한 시각과 태도가 되었지요. 이런 글이 '멋'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의 생활에 파고드는 21세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 解明 2018/04/23 22:15 #

    네, 그렇습니다. 동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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