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明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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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람들의 목소리 독서

해마다 3·11이 돌아오는 즈음이면, 연례행사처럼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를 다룬 책들을 찾아봅니다. 3·11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일본이 '안전 강국'인 줄 알던 게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그날의 참담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후쿠시마의 비극이 우리나라에서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마음도 3·11 관련 독서를 이어가게 하는 힘입니다. 올해는 2015년 말에 나온 『후쿠시마에 산다 - 원전 제로를 향하는 사람들』(관련 정보)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후쿠시마에 산다』는 『신문 아카하타』에 연재된 인터뷰 기사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신문 아카하타』가 일본 공산당의 기관지인 만큼 홍보성 내용이 어느 정도 들어갔으나, 후쿠시마 사람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는 대부분 어부, 농부, 낙농인, 학생, 교사 등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3월 11일을 기점으로 옛날과 사뭇 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요. 보금자리를 잃고 좁은 가설 주택에서 지내야 하는 불편함,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 광경을 넋 놓고 바라봐야 했던 쓰라림, 오랫동안 땀 흘리며 가꾼 일터가 하루아침에 엉망이 되었다는 허탈함, 여성으로서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자괴감……. 그런데도 이 모든 감정을 외면한 채 핵 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는 정부의 행태에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립니다.

"원전 사고는 평화롭게 살 권리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권력자들은 국민들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끝났다'고 선전하고 있어요. 끝까지 그들과 싸울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실을 전해서 공감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게 노력하고 싶어요. 원전의 뒤처리를 다음 세대에게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 생업 소송 원고 와타나베 야스코[渡部保子] 씨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다니는 후쿠시마 주민의 모습(한겨레)

후쿠시마 시민들은 핵 발전소 재가동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가 펼치는 정책 전반에 걸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정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특정비밀보호법)로 반대파의 의견을 틀어막고, 헌법을 개정하여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경계심을 나타내는 사람이 적잖았습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몸소 겪은 전전 세대의 경우 핵 발전소 사고와 전쟁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번 원전 사고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저는 원전 즉각 제로를 요구하며 전쟁에 반대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 거잖아요.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결정이 법제화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입니다. 징병제가 실시될 텐데, 전쟁의 비참함을 알고 있는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어요."
- 후쿠시마전 입선 화가 니시 게이타로[西啓太郞] 씨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대지진이 발생하고서 가동을 멈춘 핵 발전소를 새로운 안전 기준에 따라 다시 움직이게 하면서 후쿠시마 시민들의 바람을 끝내 저버렸습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재가동한 핵 발전소는 모두 5기로, 그밖에도 여러 기의 핵 발전소가 재가동을 앞둔 상태입니다.

게다가 아베 내각은 2020년에 개최할 도쿄 올림픽을 후쿠시마 홍보장으로 만들려는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관련 기사). 후쿠시마산 목재로 올림픽 선수촌을 짓고, 선수단이 먹을 음식에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쓰며, 야구와 소프트볼 등 일부 종목은 후쿠시마에서 시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지역 부흥에 제대로 이바지할 리 없음에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을 밀어붙이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3·11이 일어난 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지를 떠도는 이재민은 7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후쿠시마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입니다.

덧글

  • 취한배 2018/03/12 22:43 # 답글

    에구. 아베 총리 참말 너무 하네요.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解明 2018/03/13 14:59 #

    핵 발전소 재가동이야 전력 수급도 고려해야 하니 비판할 수만은 없는 문제이지만, 올림픽에서 '먹어서 응원하자!' 식의 캠페인을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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