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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홍씨 집안의 서사 문학 전통 역사

『한중록』을 쓰는 혜경궁 홍씨(매경이코노미)

혜경궁은 작은어머니 평산 신씨에게 한글을 배웠다. 작은집은 나중에야 혜경궁 집과 틀어졌지만, 초년만 해도 가까웠던지, 신씨는 혜경궁을 친자식처럼 사랑했다고 한다. 신씨는 편년체의 한국 역사서인 『역대총목』을 한글로 번역할 정도로 문식이 높은 여성이었다. 한글 문학의 대표적 명문으로 알려진 『의유당관북유람일기』의 작자 의령 남씨가 신씨의 올케인 것으로 보아도, 이 집안 여성들의 교양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혜경궁은 조선 후기 이야기 문학의 거대한 전통 한가운데 위치한 사람이다. 혜경궁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조선 최초의 야담집인 『천예록』의 편찬자 임방任埅이고, 야담집 『동패낙송』의 편찬자인 노명흠은 집안의 숙사塾師였다. 뿐만 아니라 야담집 『계서야담』의 편찬자인 이희평의 할아버지 이산중은 혜경궁을 각별히 아낀 외사촌이다. 한글 문학 쪽에서도 『계축일기』의 주요 인물인 정명공주가 혜경궁의 선조 할머니며, 실제로 『계축일기』는 혜경궁 집안에 전해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혜경궁의 사촌인 홍낙술을 장편 소설 『청백운』의 작가로 보는 견해까지 제기되고 있어서, 혜경궁 집안의 문학적 소양, 특히 이야기 문학의 전통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혜경궁은 궁궐로 들어가며서 세자빈 수업을 따로 받았고, 결혼 후에는 스스로 말하기를 번역된 '국조야사國朝野史'를 많이 읽었다고 했다. 『한중록』에서는 신씨의 남편인 홍인한과 관련된 이른바 '삼불필지三不必知' 사건을 설명하면서 한글소설을 언급했고, 자신의 여동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한글장편소설 『유씨삼대록』을 읽었음을 내비쳤다. 혜경궁은 당대의 다른 서울 양반가 여성들처럼 한글 야사와 소설을 많이 읽었던 것이다.
- 정병설의 『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에서

인용문에서 언급한 소설 『청백운』의 서문을 보면, 소설의 지은이는 초료산주인(鷦鷯山主人)이라는 필명을 썼다고 합니다. 홍낙술(洪樂述, 1745∼1810)이 집 한쪽에 가산(假山)을 만들고 거기에 '초료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증언으로 미루어 볼 때, 『청백운』 서문에서 언급한 초료산주인은 아마도 홍낙술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그밖에도 『청백운』의 지은이가 홍낙술임을 짐작하게 할 만한 몇 가지 간접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설사 홍낙술이 『청백운』의 지은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 1735~1815)가 이런저런 소설이나 야담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음은 분명합니다. 혜경궁이 뒷날 궁중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한중록(閑中錄)』을 쓴 게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풍산 홍씨 가문의 서사 문학 전통이 혜경궁의 『한중록』 집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덧글

  • 남중생 2017/09/16 00:53 # 답글

    역대총목을 한글로 번역했다는건 좀 대단하네요...ㄷㄷ
  • 解明 2017/09/16 16:42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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