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明의 수사학

explain.egloos.com

포토로그



마누라, 마마, 자네 언어

이응태의 무덤에서 나온 원이 엄마 편지는 '자네'의 옛말 '자내'로 시작한다(한겨레21)

"혜경궁은 남편 사도세자를 마누라(원문에는 '마노라')라고 부르고, 사도세자는 혜경궁을 '자네'라고 부른다. 부인이 남편을 마누라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의 용법과는 정반대이며, 남편이 부인을 자네라고 부르는 것도 현재의 용법으로는 어색한 표현이다.

김용숙 선생은 역저 『조선조 궁중풍속 연구』(일지사, 1987)에서, 마누라가 원래 궁중에서 세자빈 등 존귀한 사람을 가리켜 사용되었는데 현대로 들어와서 의미가 전락하여 서민층의 늙은 부인이나 아내의 비칭(卑稱)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는 실상과 어긋나는 설명이다. 18세기 이야기책 『어수신화禦睡新話』에서 '모전분전말루하(毛廛粉廛抹樓下)' 곧 '과일가게, 화장품가게의 여주인'처럼 '말루하' 곧 '마누라'가 '여주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고, 19세기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여항칭호변증설閭巷稱號辨證說」에는 마누라는 조선에서 부인에 대한 존칭인데, 천창(賤娼)과 시파(市婆), 곧 천한 창기와 시중의 노파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또 김용숙 선생도 인용한 편찬연대미상의 『이두편람吏讀便覽』에는 마누라를 "노비가 주인을 부르는 칭호"라 하면서 "비천한 자가 존귀한 자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 했다. 마누라는 조선시대에 이미 민간에서도 널리 사용된 호칭인 것이다.

또 김용숙 선생은 마누라가 '마마'보다는 한 단계 아래의 호칭이라고 했으나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마누라는 왕이 된 아들 정조가 혜경궁을 부를 때도 쓰지만, 거꾸로 혜경궁은 물론 홍봉한과 정처, 곧 어머니, 외할아버지, 고모가 왕인 정조를 부를 때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경종실록』, 『영조실록』 등에서는 무수리, 무당 등이 임금을, 면전에서는 아니지만, 사건 심문과정에서 '마누라'로 부르고 있다. 이로 보아 마누라가 마마보다 한 단계 낮은 호칭이라는 설명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마(媽媽)는 중국어에서 어머니나 나이 든 부녀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조선시대 문집에 나온 용례를 봐도 그냥 '마마'라고 부를 때는 모두 그런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중록』에서도 혜경궁의 여동생이 혜경궁을 부를 때 '형님마마'라고 한 것 외에는 모두 아들 정조가 혜경궁을 그렇게 불렀다. 이런 용례들만 보면 '마마'는 민간이든 궁중이든 나이 든 부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숙 선생은 '상감마마'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 마마는 "남녀를 막론하고 왕족에게 바치는 최고 존칭"이라고 하였다. 마마가 언제부터 마누라와 의미가 달라졌는지는 분명히 알 수는 없다. 다만 현재로서는 조선 후기에 '마누라'나 '마마' 모두 민간에서나 궁중에서 상대를 높이는 존칭으로 사용되었는데 '마마'는 주로 여성에게 사용되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편 사도세자는 부인 혜경궁을 자네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역시 현대와는 의미가 다소 다르다. 현재처럼 낮춤의 의미가 있지 않은 것이다. 16세기의 한 한글 편지에는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자네라고 부르고 있고, 18세기 소설 『옥원재합기연玉鴛再合奇緣』에서도 부인이 남편을 자네라고 부르고 있다. 조선시대의 '자네'는 부부간에 서로를 부르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런 것이 근대 이후 어느 시기부터 낮춤의 의미가 강해졌다."

정병설 교수가 현대어로 옮긴 『한중록(閑中錄)』(관련 정보)에 담긴 토막글입니다. 오늘날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거나 중년이 넘은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마누라'가 원래 남녀를 가리지 않고 쓰인 데다가 존칭이었다는 것. 그리고 예사 낮춤인 하게체에서 쓰이는 대명사 '자네'도 옛날에는 아랫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마누라'와 '자네' 등은 이렇게 위아래를 넘나들 만큼 언어의 변화가 역동적임을 보여 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군요.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