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明의 수사학

explain.egloos.com

포토로그



한자어의 사이시옷 표기 언어

앞말의 끝소리가 울림소리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안울림 예사소리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은 사잇소리 현상의 하나입니다. 이를테면 '초'와 '불'의 합성어 '촛불'은 [초불]이 아니라 [초뿔]로 발음되고, '봄'과 '비'의 합성어 '봄비'는 [봄비]가 아니라 [봄삐]로 발음됩니다. 사잇소리 현상은 고유어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초점(焦點)' 같은 한자어가 [초쩜]으로 발음되는 건 '촛불'이 [초뿔]로 발음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촛불'은 사이시옷을 받쳐 쓰지만, '초점'은 사이시옷을 받쳐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한자어끼리 결합한 합성어는 '고유어+고유어, 한자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구성의 합성어와 달리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대가(代價)'를 [대ː까]로 발음한다고 하더라도 '댓가'로 적지 않는 게 한글 맞춤법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은 워낙 물렁물렁해서 일관되게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윤이 탕왕에게 충언을 해서 거절을 당한 회수가 무려 70회에 이르렀다."

얼마 전에 읽은 어느 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에서 '회수'는 사이시옷을 받쳐 쓴 '횟수'로 고쳐야 합니다. 그냥 '회수'라고 적으면 도로 거두어들인다는 뜻의 단어인 '回收'가 됩니다. 돌아오는 차례의 수효라는 뜻의 단어인 '回數'는 '횟수'라고 적어야 합니다. 한자어임에도 사이시옷을 받쳐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이시옷 표기는 너무 헷갈려(경향신문)

'횟수' 말고도 '셋방, 숫자, 곳간, 찻간, 툇간' 등도 사이시옷을 받칩니다. 예외로 선택받은 이 여섯 단어를 외우려고 한때 앞 글자만 따서 '세수회고차퇴'라는 식으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수많은 한자어 가운데 '셋방, 숫자, 횟수, 곳간, 찻간, 툇간'만 사이시옷 표기를 허용할 까닭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셋방'은 돼도 '전셋방'은 안 된다고 하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셋방' 앞에 고작 '전(傳)' 자만 붙었을 뿐인데, 한쪽은 사이시옷이 들어가고 다른 한쪽은 사이시옷이 안 들어가니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일관성이 없으니 원칙 없는 원칙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지요.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 사이시옷 규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학자가 적잖습니다.

사이시옷 규정의 부조리한 부분이 한자어 표기에 국한하는 건 아닙니다. 소의 수컷을 가리키는 '수소'처럼 실제 발음과 동떨어지는 표기에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만 보더라도 사이시옷 규정은 현실과 어긋나 보입니다. 나중에 한글 맞춤법을 개정한다면, 사이시옷 규정을 어떻게 손볼지 궁금합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